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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책방

박정민 배우 책 | 쓸 만한 인간 | 어차피 끝내는 다 잘될 거다

by 해봄. 2021. 6. 2.

'그럴듯한 문장과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박정민 배우가 쓴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은 겸손한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배우, 아니 이 작가 겸손 쟁이다. 작가의 욕심으로 소량의 허구가 첨가되었지만 위트있는 문장과 그럴듯한 에피소드에 키득키득 웃음이 터진다.

 

  1부에서 친절하게 자기소개부터 시작한다. 박정민 배우는 <파수꾼>이라는 독립영화로 데뷔해 영화 <동주>로 2017년 백상과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책에서는 아직 그리 훌륭하지 않은 배우라며 겸손쟁이답게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후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2021년 백상과 청룡영화제에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유이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쓰는 대로 이루어지는 수첩

  박정민 배우의 책상 한쪽에는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는 수첩이 하나 있다고 한다. 나중에 보면 왜 적어놨는지 모를 이불 킥 할 글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그중에 분명 미래의 자신을 세워주는 글자가 있을 것이기에 독자들에게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글자로 남겨보길 권한다. 

 

  수첩에 적힌 메모들을 책에서 몇 개 공개했는데 그 중 '꼭 여자 주인공 해보기'가 눈에 들어왔다. 엉뚱한 메모 같았는데 박정민 배우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유이 역을 통해 메모를 실현시킨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여자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황정민, 이정재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간 여성 캐릭터가 유이이기 때문이다. 쓰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신기한 수첩인 걸까. 

 

다 잘될 거다, 당신 지금 아주 잘 하고 계신 거다

  책 <쓸 만한 인간>에는 초등학생 박정민의 흑역사부터 찌질한 연애사, 호기로운 대학 면접 에피소드, 황당한 빌런들을 만나는 여행기, 나이 들며 드는 친구와 부모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진지한 태도가 담겨있다.

 

  글마다 찌질한, 찌질했던, 무모했던, 호기로웠던, 철없었던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마무리는 언제나 따뜻한 응원을 잊지 않는다. 좀 찌질해도 창피해도 모자라도 느려도 괜찮다고. 우린 모두 자기의 인생에서 노력쟁이고, 경험쟁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다 잘될 거다. 당신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

 

[박정민 글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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