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책방21 사금파리 한 조각 | 목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네 마음은 네가 송도까지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네 몸한테는 그 사실을 알려주면 안 돼.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에 하루. 이처럼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돼. 그러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음이 지치는 일이 없을 거야. 하루에 마을 하나씩. 목이야,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 한 번도 줄포를 떠난 적이 없던 네가 송도까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할 때, 두루미 아저씨가 해준 이 이야기는 나에게도 응원이 되었어. 너의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 위에 쏟아내려니, 이상하게도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오히려 아무 말도 선뜻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전하자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갔더니 어느덧 모든 이야기를 전.. 2021. 4. 7. 사금파리 한 조각 | 문을 닫아 버린 바람이, 다른 문을 열어 주기도 하는 거야 (편지4) "목이야, 문을 닫아 버린 바람이, 다른 문을 열어 주기도 하는 거야" 상심한 너에게 두루미 아저씨가 해준 이야기에서 너는 기특하게도 답을 찾아냈어. 죽은 나무 틈에서도 생명을 피워내는 목이버섯에서 따온 너의 이름처럼 말이야. 민 영감에게 물레작업을 배우는 문은 닫혀 버렸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이 한 가지만은 아님을 너는 생각했어. 그리고는 '손으로 빚는 작업'의 문을 발견하고 열었지. 부당한 관습 때문에 쓰러져가던, 아름다운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을 만들고 싶다는 너의 꿈을 네 스스로 되살린 거야. 어려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내는 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너의 꿈만이 아니라 민 영감님의 꿈도 이루어주었어. 민 영감님의 평생소원은 왕실의 주문을 받는 거였지. 민 영감님의 솜씨를.. 2021. 4. 6. 사금파리 한 조각 |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편지3)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일 년 넘게 장작을 해오고, 진흙을 퍼오며 일손을 돕던 너는 언제쯤 도자기 만드는 걸 가르쳐 주실지 민 영감님께 물었다가 청천벽력 같은 대답을 들었지. 도공이라는 직업은 아버지한테서 아들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민 영감의 아들이 아닌 너는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울 수가 없다고. 멋진 그릇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좌절된 너만이 아니라 대답을 하는 민 영감님에게서도 슬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어. 사실 민 영감님에게는 네 또래의 형규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열병으로 잃었던 거야. 너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민 영감, 유독 다정하게 밥과 옷을 챙겨주던 아줌마의 행동이 모두 이해되는 순간이었어. 너를 보면 죽은 아들 형규가 생각나서 민 영감은 슬퍼서 화가 났고, 아줌마는 애달팠던 거야. 하지만 네 말.. 2021. 4. 5. 사금파리 한 조각 |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목이에게 보내는 편지 2 '두루미 아저씨하고 눈이 비슷해' 도자기를 만드는 민 영감의 집에서 민 영감의 부인을 보았을 때 너는 부인의 눈이 두루미 아저씨의 눈과 비슷하다고 느꼈었지. 나는 두 사람의 눈을 본 적이 없지만 어떤 눈인지 알 것 같았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수차례 겪으며 얻은 지혜를 담고 있는, 담담하지만 따뜻한 눈이 아니었을까. 두루미 아저씨와 아줌마는 다른 이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아픔을 잘 알아주는 사람은 어쩌면 가장 많이 아파본 사람일지도 몰라. 가족은 함께 공유한 시간과 감정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너와 두루미 아저씨를 보며 실감했어. 너의 작은 뒤척임에서도 고민을 읽고, 지혜를 나누는 두루미 아저씨는 정말 좋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어. 가족을 모두 잃었던 아저씨는 혼자 자라면서 간절했.. 2021. 4. 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