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방'은 배우 10인의 '자기만의 방'에서 나눈 인터뷰 모음집이다. '연기가 끝나고 배우는 어디로 갈까?' 영화 전문기자 정시우 기자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담아 배우들에게 조심스레 요청했다.
“당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당신의 공간을 보여주세요.”
많은 배우들이 응답했다. 그중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10인의 인터뷰를 책 '배우의 방'으로 엮었다. 공원, 카페, 식당, 극장, 만화방, 제주도, 병원 물리치료실까지 배우들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공유했다.
배우의 방은 장소를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곳은 자기를 지키고 준비하는 공간이었다. 타인의 인생을 연기하다가 진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 이들이 관심과 무관심, 환호와 비난, 성취와 좌절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평정심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었다.
변요한의 공간 석촌호수
변요한 배우는 외로울 때, 기쁠 때 생각에 잠겨서 걷고 또 걸었던 석촌호수에서 정시우 기자를 기다렸다. 인터뷰 중 '복싱'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항상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한 순간 무너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복싱을 시작했다고 한다. 복싱을 배우며 '난 맞지 않을 거야'가 아니라 '난 맞아도 돼'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 이건 안 맞을 수 없는 스포츠구나.
패배할 때도 맞지만,
설령 이긴다 해도
결국 맞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구나.'
변요한 배우는 연기도 복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늘 잘 할 수는 없는데, 맞지 않으려고 하면 탈이 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같다. 새로운 도전을 하면 수 없이 실수한다. 하지만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수해도 괜찮다.
오정세의 공간 물리치료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오정세 배우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합격하고
합격한 게 쌓여서
지금의 오정세가 된 게 아니라,
떨어지고 떨어지고
수백 번 떨어진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거잖아요.”
오정세 배우는 어느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타인의 삶을 연기하느라 바뀐 몸을 바로 잡느라 자주 찾는 공간이었다. 기자와 나란히 누워서 비타민 수액을 맞으며 인터뷰하는 사진이 책에 실렸는데, 누구보다 인터뷰에 진심인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인터뷰는 상대의 눈을 보고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느라 고개를 돌려 건너편 침대에 있는 오정세 배우를 바라보는 정시우 기자. 역시 눈을 보고 대답하려고 고개를 90도로 꺾은 오정세 배우.
합격과 불합격, 성공과 실패, 인기와 무관심 그리고 연기 그 자체에 대해 오랜 시간 진지하게 고민한 진심이 전해지는 인터뷰였다.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을 인정하고 내면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은 사람의 내공이 느껴졌다.
배우의 방 '당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정시우 기자의 인터뷰집 '배우의 방'을 통해 배우들이 공개한 자기만의 공간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편안한 아지트이자 베이스캠프 같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박정민 배우의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있는 야탑동, 김남길 배우의 만화방과 농담, 응원, 진심이 오가는 사나이픽처스 사무실, 주지훈 배우의 편안한 드라이브 코스, 천우희 배우의 가족 사랑이 담긴 식당, 안재홍 배우의 자전거길, 고두심 배우의 인정 넘치는 고향 제주도.
'배우의 방'은 누군가의 소중한 공간에 초대받아 그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기분이 든 책이었다. '당신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만약 내가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곳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나의 공간은 어디일까.
[박정민 배우 작품]
- (책) 박정민 배우 책 | 쓸 만한 인간 | 어차피 끝내는 다 잘될 거다
- (책)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中 배우 박정민 | "너 쓰지 마. 아주 쓰기만 했다 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 (영화) 박찬욱 일장춘몽 단편 영화 |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 311분의 지옥 체험
[김남길 배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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