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킹 리차드 GV에 박세리 골프 감독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영화는 비너스, 세레나 자매를 테니스 전설로 만든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윌 스미스가 자식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주려고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역을 연기해 2022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세리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테니스와 골프로 종목은 다르지만 성공한 스포츠 선수 뒤에 있는 가족들의 희생과 배려, 딸과 아버지이자 선수와 코치인 특별한 부녀관계 등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도울 수 있을까? 영화가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윌리엄스 가족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공의 정의와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 준다.
킹 리차드 줄거리
어느 날 TV로 테니스 경기를 보던 리차드 윌리엄스는 한 경기 우승 상금이 4만 달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는다. 당시 그가 1년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이 5만 달러였다.
리차드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78페이지에 달하는 테니스 스타 만들기 계획을 세운다. 비너스와 세레나가 태어나자 '계획 없는 삶에는 실패만 있을 뿐!'이라는 모토 아래 온 가족이 전설의 테니스 선수 만들기 계획을 실천한다.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받게 할 거다" 리차드는 불량배, 총, 마약, 인종차별 등 온갖 위험으로부터 딸들을 보호하고 직접 공부해서 훈련시켰다.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마침내 비너스와 세레나는 테니스 세계 정상에 선다. 윌리엄스 가족 팀이 이루어낸 아메리카 드림이었다.
이동진 박세리 GV 후기
GV는 박세리 감독과 대화 후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받은 관객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중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 아버지 리차드의 성장 드라마
우선 이동진 평론가는 '킹 리차드'는 스포츠, 가족, 성장 영화인데 특히 성장 드라마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여기서 성장 주인공이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된 비너스와 세레나가 아니라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리차드는 늘 우리 가족은 한 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왕처럼 모두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목이 '킹' 리차드인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어릴 적 무책임했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강박이 강했다.
하지만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아내와 다투면서 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팀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딸에게 의견을 묻고 선택권을 준다. 리차드는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 자식을 위하는 아버지로 성장한다.
- 마음 부자 리치 언니
박세리 감독은 방송에서 공개된 상금 액수나 통 큰 소비 덕분에 '리치 언니'라는 별명이 생겼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만 GV에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진짜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신감'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딸들이 세계를 놀라게 할 테니스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박세리 선수도 골프를 시작할 때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냐고 질문하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골프든 무엇이든 시작하면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뭐든 처음 하면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건 실패가 아니다. 아~ 난 이런 거 잘 못 하는구나 알게 되는 기회다. 그럼 배우면 되지. 배워서 성장하면 되지.'
생각이 멋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도 울림을 주는 답변이었다.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1등으로 달리다 다른 선수들의 몸싸움 때문에 미끄러졌을 때 '2등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나 달렸다는 박승희 선수의 인터뷰도 생각났다.
킹 리차드 후기
킹 리차드는 예상과 조금씩 다른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뭉클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영화는 화려한 비너스, 세레나의 전성기가 아닌 프로 데뷔 직전까지를 다룬다. 그리고 자매의 업적이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 다른 자매들의 희생과 사랑에 포커스를 둔다.
다른 부모와는 다른 리차드의 교육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90년대 스포츠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모든 시간을 운동에만 올인했다. 그래서 누가 빨리 커리어를 쌓고 많은 상금을 타고 유명해지는지 경쟁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스포츠 스타가 된 후 추락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미디어에 소비되고 20대 한창나이에 번아웃이 왔다. 마약 같은 유혹에 빠져 커리어도 인생도 짧게 빛났다 꺼져버렸다.
리차드는 딸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즐겁게 오래 하길 바랐다. 그래서 3년 동안 주니어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빨리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훈련하며 학교 공부에 충실하고 교회도 나가고 친구도 사귀고 휴일에는 가족들과 디즈니랜드도 가는 아이다운 삶을 지키도록 했다.
뛰어난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옳은 생각이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다. 멀리 바라본 아버지도, 이런 계획을 기다려준 코치도 대단하다.
또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였다. 박세리 선수도 기억에 남는 인물로 세레나를 꼽았다. 언니 비너스가 항상 먼저였고, 세레나는 그다음이었다. 두 사람을 맡을 수 없다는 코치는 언니 비너스를 택했고, 모든 언론이 주목하는 화려한 프로 데뷔도 나이가 많은 비너스가 먼저였다.
사실 둘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니 세레나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을까. 사랑하는 언니가 자랑스럽지만 억울한 마음도 들었을 거다. 늘 계획이 있는 아버지는 동생 세레나의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영화에서 이 부분을 짧지만 뭉클하게 다뤄준다.
언니의 프로 데뷔 경기장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레나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 안다. 언니는 오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될 거다. 하지만 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거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 없다. 넌 강한 아이다. 아버지는 믿고 있다.
실제로 비너스와 세레나는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세레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커리어를 쌓으며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둘은 자매이자 가장 좋은 경쟁자, 친구로 끈끈한 자매애를 보이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영화 킹 리차드는 스포츠 영화지만 그 안에 성장, 가족, 차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다. 박세리 감독이 함께한 덕분에 운동선수의 시선에서 본 감상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GV 마지막에 농담처럼 나온 말이지만 언젠가 영화 '퀸 박세리'도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 출연 :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데미 싱글턴
- 등급 : 12세 관람가
- 쿠키 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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