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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 목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by 해봄. 2021. 4. 7.

"네 마음은 네가 송도까지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네 몸한테는 그 사실을 알려주면 안 돼. 언덕 하나, 골짜기 하나에 하루. 이처럼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들어야 돼. 그러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마음이 지치는 일이 없을 거야. 하루에 마을 하나씩. 목이야, 이게 네가 송도까지 갈 방법이야."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

  한 번도 줄포를 떠난 적이 없던 네가 송도까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할 때, 두루미 아저씨가 해준 이 이야기는 나에게도 응원이 되었어. 너의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 위에 쏟아내려니, 이상하게도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오히려 아무 말도 선뜻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전하자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갔더니 어느덧 모든 이야기를 전하고 마지막 인사를 할 순간이 왔구나. 지혜를 나눠준 두루미 아저씨에게 참 고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마주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두루미 아저씨가 알려준 송도까지 가는 방법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한 번에 하나씩.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너무 먼 목표에 압도되어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면 서로 한 발짝씩 다가가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인정해야해.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포기하고 편견을 갖는 일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한 발, 한 발의 과정을 인정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는 해결될 거야.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인디언의 기우제는 반드시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고 보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한 것 같아. 아름다운 꽃병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장작으로 쓸 나무를 해오고, 진흙을 퍼고, 진흙에서 불순물을 걸려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고, 무늬를 새기고, 유약을 칠하고 불에 구워서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차례차례 거쳐야 하잖아. 


  이 모든 과정을 거쳤다 해도 때로는 완성된 꽃병의 작은 티 하나 때문에 깨버리고 처음 단계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하는 수도 있지. 그럼에도 최고의 꽃병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도공들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지. 그런 장인 정신이 인생에도 필요한 것 같아. 결국 두루미 아저씨가 알려준 송도까지 가는 방법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이었구나. 

 

  목이야, 민 영감님과 아줌마의 집에서 형필이로 사는 너의 삶은 어떠하니?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을 만들겠다는 너의 꿈에 오늘도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고 있니. 너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무엇보다 새로운 가족과 시작한 형필이 너의 삶이 '비색 광채와 물처럼 투명한 빛깔'을 띠는 청자처럼 아름답기를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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