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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책방

아몬드 손원평 작가 소설책 | 사랑이란 무엇일까

by 해봄. 2021. 4. 24.

  손원평 작가의 소설책 '아몬드'를 읽기 시작했을 때 한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는 성장 이야기를 만나게 되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에게 소설 <아몬드>는 '사랑'이야기였다. 

 

  사랑을 모르는 두 친구 윤재와 곤. 17살 두 소년이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겪는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랑은 무엇이길래 사람을 괴물로 만들기도 하고, 괴물을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는 걸까. 

 

괴물이라 불리던 두 아이   

  윤재는 머릿속 아몬드 때문에 괴물이라 불리던 아이였다.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편도체라는 아몬드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아몬드는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공포나 좋고 싫은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윤재는 아몬드가 선천적으로 작아 자신의 감정은 물론이고 타인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한다. 당연히 윤재는 사랑의 감정도 알지 못한다. 


  윤재의 친구 곤이 역시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을 당하며 자랐다. 어릴 적 엄마의 손을 놓치고 미아가 된 후 거친 세상을 헤매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부모님을 찾았다. 그래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몬드가 있음에도, 느껴볼 기회가 없어서 알 수 없었다. 


  윤재는 본인은 알 수 없었지만 늘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왔다. 길을 걸을 때 엄마는 늘 윤재의 손을 잡고 절대로 놓지 않았다. 반대쪽 손은 할머니에게 쥐어져 있었다. 양손을 꼭 잡은 엄마와 할머니의 온기 덕분에 윤재는 차가운 세상에서 지켜지고 있었다.

  
  반면 곤이는 엄마를 잃어버린 후부터 버림받고 상처받는 일에 익숙한 삶을 살았다. 곤이에게 세상은 잔인한 곳이었다. 약하면 당하는 세상에서 살아왔기에 센 척이라도 해야 했다. 상처 받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차라리 상처 주는 쪽을 택하겠다는 독기를 품고 살아야 했다.   


사랑의 힘

  세상에 태어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은 엄청난 힘이 있다. 사랑받은 사람의 내공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위기 상황에 든든한 힘이 된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의 힘과 부재한 사랑의 파괴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랑에 부모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더라도 세상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한 사람이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조건 없는 진짜 사랑을 경험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사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윤재는 작은 아몬드 때문에 머리로는 사랑을 알지 못했지만, 엄마와 할머니에게서 받은 넘치는 사랑을 몸과 마음이 차곡차곡 기억했다. 그래서 그 사랑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 곤이에게 나눠 줄 수 있었다. 윤재의 우정이라는 사랑은 곤이는 물론이고 윤재 스스로도 성장하게 만들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소설 <아몬드>를 읽으며 내내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사랑을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세상에 너무 많은 모습의 사랑이 있음을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알려줬다. 결국 내가 내린 답은 사랑은 정의할 수 없고 그저 '느끼는 것'이라는 거다.

 
  겨울에는 왜 냉면을 안 먹느냐는 윤재의 말에 크리스마스이브 생일에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했던 할멈의 말, 식당에서 엄마와 할머니가 좋아하는 자두맛 사탕을 두 주먹 가득 챙겼던 윤재의 행동, 여자 친구 도라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았을 때 가슴속에 쿵 내려앉은 돌덩이의 무거움과 박수치듯 빠르게 뛰던 심장의 고동.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런 작은 순간순간에서 사랑을 느낀다. 사랑의 온기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이 자라지 않을 것만 같던 윤재의 아몬드를 키웠고, 윤재의 우정이 곤이의 외롭고 괴로웠던 인생을 구한 것처럼 말이다.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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