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아이폰 13 프로로 찍은 단편 영화 '일장춘몽'이 유튜브와 Apple TV에 공개됐다.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배우,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 안무 감독이 함께했다. 흥미로운 배우, 제작진, 감독이 만나 만든 호러, 판타지, 무협,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영화 또는 영상을 멋지게 찍고 싶지만 겁먹고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면 이 영화가 좋은 자극과 용기를 줄 것이다. 촬영 과정 영상도 함께 공개해서 어떻게 아이폰 카메라를 설치하고 활용했는지 프로들의 작업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폰을 들고 나가서 자기의 생활, 풍경, 지어낸 짧은 이야기 등
뭐든지 찍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거기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거예요."
(박찬욱 감독)
박찬욱 일장춘몽 줄거리
장의사(유해진)는 마을을 구하다 죽은 은인 흰담비(김옥빈)의 관을 만들기 위해 무덤을 파헤친다. 오랜 가뭄으로 관을 만들 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을 도둑맞은 검객(박정민)이 깨어나 장의사를 쫓아온다.
관을 내 놓으라 호통치는데 장의사가 울며 흰담비와 마을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흰담비의 영혼도 깨어난다. 관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 싸우던 흰담비와 검객에게 장의사는 새로운 제안을 한다.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이폰 13 프로로 찍다
아이폰 13 프로의 시네마틱 모드와 큰 화면으로 재생해도 깨지지 않는 고화질 덕분에 먼저 말하지 않으면 휴대폰 카메라로만 촬영한 영화라는 사실을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다. 예전에는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DSLR 렌즈나 특수 장비를 더 장착해서 촬영을 했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 아이폰 카메라로만 촬영했다.
아이폰13 카메라의 시네마틱 모드에서 심도 조절과 초점 전환 효과를 이용해 영화처럼 촬영할 수 있다. 촬영 후에는 사진 앱에서 심도와 초점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카메라가 없어서 멋진 영상을 못 찍는다는 핑계는 이제 할 수 없게 되었다.
후기
한바탕의 봄 꿈이라는 뜻처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일장춘몽'은 약 20분간의 짧은 꿈같다. 후반에 이승과 저승에서 펼쳐지는 잔치풍경이 강렬하다. 화려한 의상과 분장을 하고 펼쳐지는 춤판이 흥겹다가도 오싹하고, 신나다가도 씁쓸하다.
검객(박정민)과 흰담비(김옥빈)는 젊은 나이에 수많은 도둑을 잡고, 마을의 사기꾼들과 싸우다가 죽었다. 살아생전 세상을 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느라 편안히 누울 방 한 칸 갖지 못했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을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죽어서도 관 하나를 놓고 싸워야 하다니 인생 참 덧없다. 죽은 후 영혼이 되어 인연을 만나고 잔치를 벌이며 신나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말로 웃프다. 영화에 판소리를 쓴 것은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풍자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역시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과 1987, 암살 등을 촬영한 김우형 촬영감독은 아이폰 카메라를 쓰면서 오히려 평소보다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 촬영에 쓰던 카메라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새로운 구도를 시도하기 좋았고, 시네마틱 기능 덕분에 자유롭게 초점을 가까이 멀리 잡으며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어딘지 어색한 와이어 장면이나 두 주인공의 과장된 말투가 B급 감성을 느끼게 했는데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서 좋았다. 미장센이 완벽에 가까운 영화 '아가씨'나 '올드보이'를 보면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완벽함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에서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해 보이던 친구의 허당끼를 발견했는데 그게 더 매력적인 느낌이랄까.
- 감독 : 박찬욱
- 출연 :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
[박정민 배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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