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딸을 사람들은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할 수 없다. 딸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일 뿐 반드시 일어날 거라며 기적을 믿는다
요즘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많아지고 있다. 존엄사에 대한 고민과 함께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영화는 갑작스럽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된 환자와 가족을 통해 죽음에 대해 묻는다. 당신이라면 죽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람은 언제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심장이 멈췄을 때? 뇌가 멈췄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놓을 수 없을 때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일까?
인어가 잠든 집 줄거리
보통의 하루였다. 엄마는 딸의 초등학교 입학 상담에 가기 위해 딸과 아들을 할머니와 함께 수영장에 보냈다. 그런데 상담 중 병원에서 온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딸이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심장은 뛰지만 뇌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뇌사 상태였다. 의사는 뇌사 선고와 장기 기증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평소 다른 사람을 늘 배려하던 딸이라면 장기기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엄마와 아빠는 힘들게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중 딸의 오른손이 움찔 움직인다. 엄마, 아빠는 장기기증을 취소하고 딸이 깨어날 거라고 믿으며 집으로 데려온다. 일도 그만두고 간호에 전념하는 엄마의 정성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장치를 만드는 일을 하던 아빠 회사의 새로운 기술로 딸은 특별한 치료를 받는다.
딸이 잠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변 사람들과 엄마 사이에 묘한 어긋남이 생긴다. 그리고 아들의 생일날 일이 터진다. 엄마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묻는다. 내 딸이 살아 있는지 죽어있는지 당신들이 말해보라고. 딸은 엄마의 바람처럼 깨어날 수 있을까. 만약 깨어나지 못한다면 엄마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어가 잠든 집 후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 묻고 또 묻지만 선뜻 마음을 정할 수가 없다.
영화는 '장기기증'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준다. 직업인으로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장기 기증을 제안해야하는 의사가 있다.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뇌사 상태에 빠진 딸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족이 있고, 다른 한 편에는 당장 심장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아이의 가족이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를 살리고 싶은 양쪽 부모의 간절함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감히 희생해달라고, 포기하라고 말할 수 없다. 마음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을 것이다.
아픈 가족이 있으면 아무래도 가족들의 생활은 모두 아픈 이에게 맞추고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의도치 않게 소홀해지는 가족이 생긴다. 영화는 미즈호의 동생을 통해 조용히 소외된 가족이 받는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누나가 아프다보니 엄마의 세상은 누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동생도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사실이 문득문득 잊힌다. 하지만 엄마의 잘못도 동생의 잘못도 누나의 잘못도 아니다. 누군가의 나쁜 의도 때문에 생긴 상처가 아니라서 더 안타깝고 힘든 문제다.
영화가 뇌사, 장기기증, 존엄사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빛을 활용한 따뜻한 연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초반부터 인물 뒤로 빛이 번지거나, 정원, 거실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공간과 인물을 감싸는 따뜻한 빛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을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특수 효과를 넣지 않았는데도 동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해준다. 동화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백설 공주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던 것처럼, 영화 속 꼬마 인어 친구도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피하고 싶은 '죽음' 특히 가장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인어가 잠든 집'은 죽음, 장기기증, 존엄사 등 중요하지만 똑바로 마주하기에 용기가 나지 않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해 준다.
- 감독 : 츠츠미 유키히코
- 출연 : 시노하라 료코(카오루코), 니시지마 히데토시(카즈마사), 이나가키 구루미(미즈호), 사카구치 켄타로, 카와에이 리나
- 등급 : 12세 관람가
- 개봉일 : 2022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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