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보고 이동진 평론가는 이렇게 한줄평 했다.
미친듯한 상상력으로
그 모든 세계를 종횡무진 경유한 끝에
찡한 골든벨을 울린다.
'미친듯한 상상력'이란 표현이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머릿속 독특한 상상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딸, 남편과 아내, 엄마와 딸, 꿈과 현실 사이 거리감, 선택과 포기에 대한 후회 등등. 사실 어느 영화에나 있는 흔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선하다. 다음 장면이 궁금하다.
GV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좋은 이야기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어떻게'가 훌륭한 영화다. 뻔한 이야기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보여준다. 거기에 유머와 감동도 놓치지 않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동진 평론가 GV
- 베이글과 눈알
왜 '베이글'일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베이글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베이글은 가운데가 뻥 뚫려있다. 서양에서는 0 (zero 제로), nothing (아무것도 아닌, 없는)의 의미로 쓰인다. 이런 이유로 조부 투바키가 느끼는 허무주의의 상징으로 베이글이 쓰였다.
영화 속에서 베이글과 반대되는 이미지는 눈알이다. 베이글이 허무주의를 상징한다면 눈알은 다정함을 상징한다. 남편 웨이먼드가 국세청 직원에게 준 쿠키도 다정함의 표현이다.
- 영수증 의미
국세청 직원은 에블린이 영수증을 분류한 방식이 맞지 않다고 돌려보낸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회가 인정하는 나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준다.
국세청 직원은 에블린을 세탁소 사장으로만 본다. 에블린의 다른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노래방 기계 영수증은 세탁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처리해줄 수 없다. 하지만 가수가 꿈이었던 에블린에게 노래방 기계 영수증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기
이동진 평론가는 GV를 시작하면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맥시멀리스트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정말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은 모든 우주의 모든 이야기를 다 담으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할 이야기도 너무 많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버스 점프'다. 정확히는 버스 점프 방법. 버스 점프는 다중 우주 속 또 다른 나와 기억,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세계의 내 능력을 빌려와 쓸 수도 있다.
영화에서 에블린(양자경)은 다른 우주 속에서 액션 영화배우인 에블린의 무술 실력, 철판 요리사의 현란한 손 기술, 가수의 노래 실력 등을 빌려와 악당에 맞선다.
버스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접속 방법이 필요하다. 이 세계의 나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너무나도 싫은 국세청 직원에게 사랑 고백한다거나, 립밤을 씹어 먹는다거나, 벽을 핥는다거나 그밖에도 이상하고 괴상해 보일 정도로 특이한 행동을 해야 다른 우주의 나와 접속할 수 있다.
황당하고 이상한 설정이라 웃다가 문득 이 말이 생각났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달리 말하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원하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버스 점프라는 비현실적인 일을 하려면 현실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 단순히 웃음만을 위한 장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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