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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 2024) 후기 제목 의미 반가운 '해피아워' 배우들

by 해봄. 2024. 3. 28.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오프닝과 엔딩에서도 영화 제목이 강렬하게 화면 가득 나타난다. 영화가 앞으로 '악'에 대해서 이야기하겠구나 예상하며, 등장인물 중 누가 악일까 살피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배우들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현장 스탭들이 이번 영화에서 배우로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하마구치 감독의 2015년 영화 <해피아워> 본 관객이라면 반가워할 배우들도 함께 작업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 제목 의미

 

  초반에는 돈만 보고 글램핑장 계획을 밀어붙이는 연예기획사 사장과 컨설턴트가 악인가 싶다. 그런데 엔딩을 보고 나면 멍해진다. 악은 타쿠미인가? 아니면 제목처럼 정말 악은 존재하지 않는 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괴물>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 영화 제목이 '괴물'이라서 등장인물 중 누가 괴물일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괴물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도 제목에 이끌려 악이 누구일까를 찾으려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얻은 것은 답이 아닌 '악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었다.

 

  악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것 같기도 하고, 없다가도 생기고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절대 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악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합리화할 수 있으니 악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악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인터뷰에서 제목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를 위한 조사 과정에서 떠오른 문장을 제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의미는 없지만 관객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에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영화와 제목을 통해 악에게도 사정이 있다거나 온전히 악한 사람은 없다 등의 메시지를 전할 생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이야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영화 스탭, 연기경력이 거의 없는 배우들도 많이 출연했다. 타쿠미 역의 오미카 히토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우연과 상상>의 스탭이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장 스탭으로 운전을 하고 배우 캐스팅 전에 대역을 했다.

 

  대역을 하며 무표정으로 있는 오미카 히토시의 얼굴은 보통 사람들이 무표정일 때와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오미카 히토시에게서 다른 점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오미카 히토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매력을 가진 얼굴이었다. 그래서 혹시 연기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마침 오미카 히토시는 영화 스탭으로 일하며, 본인 영화 연출도 하고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때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글램핑장 사업 담당자 타카하시 역의 코사카 류지도 하마구치 감독 영화의 스탭이었다. 배우와 운전 스탭을 오가며 일하다가 이번 영화에 캐스팅 되었다. 스탭으로 운전을 했던 실력 덕분에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을 줬던 차 안 대화 장면을 안전하게 찍을 수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해피아워 (2015)>를 본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얼굴들도 보인다. 해피아워에 출연했던 배우 세 명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등장한다.

 

  <해피아워 (2015)>는 러닝타임이 무려 328분, 거의 5시간 30분짜리 영화다. 친구인 30대 후반 여성 4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4명 모두 연기경력이 전혀 없이 연기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이 영화를 찍었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러닝타임 5시간 3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반지의 제왕, 마블 시리즈처럼 다이나믹 스펙터클한 영화도 아닌데 5시간 30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 능력도 신기하다. 

 

  주인공 4명 중 중학교 동창과 결혼해 중학생 아들을 둔 가정주부 '사쿠라코'를 연기했던 기쿠치 하즈키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는 우동집 사장으로 등장한다.

 

  <해피아워>에서 사쿠라코의 친구 후미의 남편으로 책 편집자를 연기했던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기쿠치 하즈키와 우동집을 운영하는 남편으로 나온다. 

 

  <해피아워>에서 마음 여린 막내 간호사를 연기했던 시부타니 아야카는 TV 보기를 좋아해서 연예기획사에 입사했는데 글램핑장 사업을 담당하게 된 마유즈미 역을 맡았다.

 

  <해피아워 (2015)>에서는 풋풋한 젊은 부부, 사회초년생을 연기했던 배우들을 10년이 흘러 이제 중년에 가까워지고 사회에 익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니 신기하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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