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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인질 되다 | 시간이 없지 돈이 없냐, 드루와 드루와

by 해봄. 2021. 8. 20.

  영화 제작발표회 뒤풀이를 마치고 새벽에 혼자 집에 가던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 실제 사건이 아니라 영화 '인질'의 이야기다. 하지만 진짜 배우 황정민이 영화 속 황정민을 연기하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롭다. 

 

  납치범은 다섯 명. 오늘 밤 10시까지 돈을 주면 살려는 드린단다. 납치범들은 돈이 없고, 황정민은 시간이 없다. 밤 8시 비행기로 여행에서 돌아오는 가족들에게 납치범들이 접근하기 전에 풀려나든 도망치든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황정민은 5억을 주기로 하고, 납치범들은 돈을 챙기면 황정민과 또 다른 인질을 풀어주기로 한다. 인질들은 무사히 풀려날 수 있을까, 납치범들은 계획대로 돈을 챙길 수 있을까. 인질이 연기력을 갖춘 천만배우 황정민이라는 사실과 배신과 팬심으로 생기는 납치범들 사이의 균열이 인질극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돼?

  영화는 배우 황정민이 청룡영화제에서 밥상 수상소감을 하는 자료화면으로 시작해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여주며 이 영화의 주인공이 진짜 영화배우 황정민 임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황정민 배우의 인터뷰에 따르면 납치되기 전 모습들은 정말 평소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들고 나오는 에코백도 평소 그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다.

 

  관객들이 어디까지가 진짜 황정민이고 연출인지 헷갈려하는 동안, 영화 속에서 갑자기 납치된 황정민도 어리둥절 감을 못 잡는다. 그래서 혹시 이거 깜짝 카메라냐고 웃으며 묻는다. 납치범들은 액션 연기가 아니라 진짜 무자비한 폭력과 장난감이 아닌 진짜 총을 들이밀며 말한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돼?" 이 대사는 영화 속 배우 황정민에게 납치는 장난이 아니고 당신은 지금 진짜 인질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앞으로 펼쳐질 영화 <인질>의 장르가 코미디가 아니라 액션 스릴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인질 황정민과 납치범들의 반전 드루와 드루와

  '배우 황정민이 납치되었다'는 한 줄의 이야기를 94분 동안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원동력에는 납치범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큰 몫을 한다. 특히 납치범들의 대장 최기완(김재범), 최기완에게 충성하지만 황정민의 작품을 모두 봤을 정도로 그의 열렬 팬인 용태(정재원)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대장 최기완은 독사처럼 조용하지만 서늘하고 지독하게 사람들을 옭아맨다. 이성적이고 치밀한듯하지만 발작 버튼이 눌러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폭발한다. 용태는 대장 최기완에게 세뇌당한 납치범과 배우 황정민에게 빠진 팬 사이에서 갈등한다. 

 

  최기완과 용태의 빈틈이 납치범 사이의 균열과 인질극의 빈틈을 만들어낸다. 이 빈틈을 천만배우 인질 황정민이 연기력으로 파고든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단순할 수도 있는 이야기 곳곳에 반전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 <인질>은 배우가 본인을 연기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인질과 납치범들의 팽팽한 연기 합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배우 황정민이 출연했던 영화 <베테랑>, <신세계> 등의 명대사를 새롭게 만나는 깨알 재미도 있다.                           
  

  • 감독 : 필감성
  • 출연 : 황정민, 김재범, 이유미,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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