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방 아래 영화관

애프터 양 결말 줄거리 이동진 GV 후기 | 코고나다, 콜린 파렐, 저스틴 H. 민

by 해봄. 2022. 5. 29.

  애프터 양은 애플 TV 드라마 '파친코' 1, 2, 3, 7회를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의 SF 영화다. 영화는 보육 로봇 '양(저스틴 H. 민)'이 고장 난 후 일어나는 이야기 즉 제목 그대로 양 그 이후(AFTER YANG)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GV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수리 여행 로드무비'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아빠 제이크(콜린 파렐)가 로봇을 수리하러 다니다 자기 삶을 수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원작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소설 양과의 안녕(Saying Goodbye to Yang)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가 원작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각색했는데,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각색했다고 평했다.

 

  '기억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기억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코고나다 감독만의 개성이 묻어난다.

 

애프터 양 줄거리

  제이크(콜린 파렐)와 키라(조디 터너스미스) 부부는 중국에서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중국말과 문화를 알려줄 문화 테크노 '양(저스틴 H. 민)'을 구입한다. 미카는 양을 오빠라고 부르며 친남매처럼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양의 전원이 꺼지고 깨어나지 않는다.

 

  수리점을 찾아다니던 제이크는 양 몸속에서 특이한 장치를 발견한다. 하루에 몇 초씩 영상을 기록해 놓은 기록 장치였다. 제이크는 생각지도 못한 양의 기록을 마주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양의 기록 속에서는 어떤 기억들이 있을까.     

 

애프터 양 이동진 GV

  • 코고나다 감독

  감독에 대해서 조금 알고 영화를 보면 애프터 양에 나오는 다양한 오마주들을 이해하기 쉽다. 코고나다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좋아해서 그의 각본가인 노다 코고 이름을 변형해 예명을 지었다. 클로즈업을 쓸 것 같은 장면에서 미디엄 쇼트를 사용하는 연출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곳곳에 좋아하는 감독, 작품 흔적이 묻어난다. 릴리 슈슈 티셔츠를 입고 공연에 간 양의 기억이 나오는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내가 되고 싶은 것'이라는 가사로 여러 번 나오는 엔딩곡 글라이드(Glide)도 릴리 슈슈의 모든 것 OST를 커버했다.

 

  • 흥미로운 연출

  이동진 평론가는 애프터 양에서 시점 쇼트가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시점 쇼트는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보는 장면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제이크, 키라, 미카, 양이 풀밭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은 영화에서 총 세 번 반복해서 나온다.

 

  같은 장면이지만 누구의 시선, 누구의 기억인지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첫 번째는 오프닝에서 카메라의 시선에서 보는 장면으로 카메라의 기억이다. 두 번째는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는 양의 시선에서 본 양의 기억이다. 세 번째는 제이크가 이때를 회상하면서 떠올리는 그날의 풍경이다. 즉 제이크의 기억이다.

 

  이 세 장면은 기록과 기억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로봇인 양의 기록은 반복 재생해도 똑같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점 쇼트로 흔들림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인 제이크의 기억은 부정확하다. 기억해 낼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주관적인 기억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림이 전해지는 핸드 헬드(Hand held)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

 

  • 기존 SF와 다른 시각 제시

  인공지능 AI가 등장하는 SF가 다루는 갈등 중 하나는 어느 순간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 이야기다. 인간을 사랑하고 동경하다 나는 왜 인간이 아닌가, 왜 인간이 될 수 없는가, 로봇의 한계를 인식하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SF의 익숙한 플롯이다.

 

  제이크(콜린 파렐)도 양의 친구였던 복제인간 에이다(헤일리 루 리처드슨)에게 묻는다. 양이 평소에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는지. 그러자 에이다는 피식 웃으며 되묻는다. "너무 인간적인 질문 아닌가요?" 영화는 모든 존재가 인간을 동경할 거라는 인간의 오만한 착각에 물음표를 던진다.

 

  영화에서 양은 오히려 동양인의 조건은 무엇인지, '나는 왜 중국인 로봇인가?' 뿌리에 대해 궁금해한다. 양은 다양한 정체성을 환기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에서 보면 로봇은 인간을 동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양이 품을 수 있는 질문은 더 다양하다. 나는 왜 남자인가, 나는 왜 아이가 아니고 성인인가, 나는 왜 동양인 로봇인가 등등.

 

  • 양의 전원은 왜 꺼졌을까?

  영화 초반 흥미로운 4인 가족 댄스 대회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제이크 가족의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 미카네 가족은 중간에 탈락하는데 아빠 제이크가 틀린다. 이때 양은 계속해서 열심히 춤을 춘다. 그리고 그날 밤 이후 전원이 꺼져버린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장면을 통해 양이 아버지의 몫까지 보육 이상의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어쩌면 전원이 꺼진 건 과부하 때문인지도 모른다. 양은 그동안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미카 생활 전반을 케어하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물을 마시러 갈 때도, 입양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때도 미카 옆을 지키고 위로해준 건 양이었다.

 

애프터 양 결말

  이동진 평론가는 애프터 양 결말 즉 마지막 장면을 해석하며 카메라의 시선을 이야기했다. 아빠와 딸을 정면에서 담은 카메라 시점이 마치 양이 앞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같다. 그래서 양이 죽었지만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AFTER YANG 즉 양(저스틴 H. 민) 이후에도 제이크, 키라, 미카 세 가족에게 양은 함께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을까. 양의 기록 장치를 통해 양의 시선과 기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양이 어떤 풍경, 순간, 존재를 기록했는지 알았으니까. 양이 있었다면 '이렇게 바라보았겠지', '이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GV를 시작하며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 애프터 양을 수리 여행 로드무비라고 말했는데 길 끝에서 제이크(콜린 파렐)는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는 사실 양을 공산품 정도로 생각했다. 테크노, 복제인간이 아무리 발달하고 인간처럼 보여도 결국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제인간 부인, 쌍둥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옆집 이웃 조지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의 기록을 본 후 양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저 공산품 로봇이라고 생각했던 양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교감하고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고, 무언가를 소중히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이 세운 벽이 의미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애프터 양(AFTER YANG), 양 그 이후 양은 없지만 제이크, 키라, 미카 가족은 양의 기록 덕분에 이전과 조금은 다른 하루를 양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감독 : 코고나다 
  • 출연 : 콜린 파렐(제이크), 저스틴 H. 민(양), 조디 터너스미스(키라), 헤일리 루 리처드슨(에이다)
  • 제작/배급 : A24
  • 원작 :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소설 양과의 안녕(Saying Goodbye to Yang)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꾼들의 이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