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의 영화 '킹메이커'는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하지만 서로 다른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이야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에 변성현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영화다.
킹메이커(kingmaker)는 왕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누군가를 왕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있는 조력자를 뜻한다. 영화에서 김운범(설경구)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서창대(이선균)의 역할이다.
표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경쟁자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선거 전략을 짜고 판을 뒤집는 팽팽한 심리 싸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위트 있는 장면 전환, 김운범과 서창대를 상징하는 '빛과 그림자'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인터넷도 없던 60, 70년대 오직 발로 뛰는 선거 풍경과 소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당선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김운범은 왜 승리해야하는가, 서창대는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욕심이 명분을 앞서면 안 된다"
목적을 위해서는 과정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김운범.
"이겨야 그 대의도 이룰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목적을 위해서 수단은 상관없다는 서창대.
목적과 수단, 결과와 과정 사이 당신의 선택은? 선거판의 정치인이 아니어도 인생에서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다. 그래서 변성현 감독의 이번 영화는 선거 이야기이면서 '사람 이야기'다.
킹메이커 줄거리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욕은 앞서지만 선거마다 줄줄이 떨어지는 김운범(설경구)에게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나타난다. 시민들은 물론 상대 진영의 심리까지 꿰뚫는 똑똑하고 기발한 전략으로 서창대는 김운범을 여러 차례 당선시킨다. 승승장구하던 김운범은 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도 뽑힌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운동에 서창대는 함께하지 못한다. 김운범의 집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이슈를 위해서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심을 받은 것이다.
김운범은 끝까지 서창대를 믿으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둘 사이에는 큰 균열이 생기고 서창대는 사라진다. 서창대가 없는 김운범의 선거는 어떻게 될까. 사라진 서창대는 어디로 갔을까. 그 후 대통령 선거는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선거 전략으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후기 : 프레임 전쟁
'킹메이커'는 빛과 그림자라는 상징성과 함께 '프레임'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영화다. 선거,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라고도 한다. 프레임(frame)은 '틀'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의 프레임(틀)을 씌우면 거기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틀어 누군가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머릿속에 코끼리를 떠올린다.
서창대는 다른 이의 선거는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정치판의 프레임 전쟁에서 패하고 만다. 그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준 별명 '그림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버렸기 때문이다.
서창대는 남이 만든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영화 초반 서창대는 이북사람은 빨갱이라는 시대가 만든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고, 그런 프레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정치인 김운범을 찾아간다.
김운범 선거 캠프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도 새롭게 정의한 프레임을 제시하며 그들의 마음을 샀다. '우리는 김운범 뒤에서 당선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김운범이라는 도구를 들고 앞장서서 직접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라는 주인의식,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 장면 다음에 'KINGMAKER'라는 단어가 강렬한 효과음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서창대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가 그쪽한테 별명하나 지었어요. '그림자'라고."
선거 전략가 서창대의 능력이 알려지면서 반대 진영 사람들은 그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비꼬면서 '그림자'라는 별명을 붙인다. 부정적인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왕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그림자라는 프레임에 흔들린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코끼리가 생각나는 것처럼, 그림자가 아니라고 부정하려 할수록 '나는 그림자인가'라는 자괴감이 커진다. 그림자라는 별명을 붙인 사람들이 바랐던 모습일 것이다. 서창대가 그림자의 틀에 갇혀 진짜 그림자로 사는 것.
영화 '킹메이커'는 프레임의 무서움을 영화 후반 대통령 선거 장면에서도 보여준다. 남과 북으로 나눠 봤으니 동서 좌우로도 나눠보자는 누군가의 전략으로 지역감정 프레임이 등장한다. 누가, 왜 이 싸움을 시작했는지도 모른 채 지역에 따라 순식간에 편을 나누고 분열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소리쳐도 소용없다.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성난 코끼리가 가득하다. 프레임이 이렇게 강력하고 무섭다. 그러니 갑자기 새로운 프레임이 생겨났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 봐야한다. 이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을까. 이 프레임으로 진짜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
- 감독 : 변성현
- 출연 : 설경구(김운범), 이선균(서창대), 김성오(박비서), 전배수(이보좌관), 서은수(수연), 유재명(김영호), 조우진(이실장)
- 등급 : 15세 관람가
- 개봉 : 2022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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