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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와 마녀 | 미야자키 고로와 '이어위그와 마녀'의 만남

by 해봄. 2021. 6. 23.

'동료 마녀 12명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완전히 따돌리고 나면 아이를 데리러 오겠습니다.'

  영화 '아야와 마녀'는 빨간머리의 마녀가 수상한 쪽지와 함께 아기를 보육원 문 앞에 두고 가면서 시작한다.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의 이름은 '아야츠루'. 아야츠루는 '조종하다'는 뜻이다. '아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10살이 된 아이는 벨라와 맨드레이크 집으로 입양된다.

 

  사실 벨라와 맨드레이크는 마법사다. 아야에게 엄마아빠가 되어 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집안일과 마법 일을 도울 일손이 필요해서 아야를 입양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벨라는 더러운 작업실 청소, 마법 재료 준비, 식사 준비, 빨래 등 온갖 일을 아야에게 시키기 시작한다.

 

  구박받으며 궂은일을 하면서도 아야는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일을 해낸다. 일을 도우면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벨라 아줌마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라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고 화가 나면 폭언과 폭행까지 일삼았다. 귀찮은 일이 조금만 생겨도 눈에서 불을 뿜으며 화를 내는 맨드레이크 아저씨도 도움이 안 되었다.

 

  이름의 뜻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아야는 말하는 고양이 토마스와 힘을 모아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아야는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될까?

 

아야, 케빈, 마틸다, 삐삐, 해리포터의 공통점

  <아야와 마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야'라는 캐릭터다. 영화 <아야와 마녀>를 만든 미야자키 고로 감독도 영화의 원작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어위그와 마녀>를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주인공 '아야'였다고 한다.

 

  아야가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는 흔히 말하는 착한아이가 아니고, 어른과도 힘겨루기를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케빈, <마틸다>의 마틸다, <말괄량이 삐삐>의 삐삐, <해리포터>의 해리 포터가 떠오르는 캐릭터다.

 

  말을 안 들으면 무시무시하게 큰 지렁이를 먹이겠다고 벨라가 협박하면 겁먹는 대신 밤새 방어 마법 약을 만들어 온몸에 바르고,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루 종일 일을 시키면 벨라의 이마와 엉덩이에 일할 손을 붙여주는 마법을 부려 벨라를 골탕 먹인다.

 

아야의 정상적 공격성  

  영화 <아야와 마녀> 속 아야의 모습을 보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선생님이 말한 '정상적 공격성'이 떠올랐다. 오은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상적 공격성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누가 자기를 함부로 대할 때 '왜 그러시는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정상적 공격성이라고 한다.

 

  '공격적'인 것과 '공격성'은 다른 것이라고 오은영 선생님은 강조한다. 공격성은 부당한 것에 항의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다. 정상적 공격성이 잘 형성된 아이들은 사회에서 지나치게 위축되지도 않고, 지나치게 공격적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아야는 정상적 공격성이 잘 형성된 아이였다. 고아원 아이들을 물건처럼 대하는 어른들, 자기에게 과한 노동과 폭언, 폭행을 하고 마법을 알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는 벨라에게 당당하게 항의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인형이 아니라, 어른과 똑같이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야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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