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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쁘띠 마망 | 셀린 시아마 감독, 이동진 평론가 GV

by 해봄. 2021. 10. 8.

  셀린 시아마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가 마법의 숲 속에서 발견한 동화 같은 영화 '쁘띠 마망' GV에서 만났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이전 작품들인 '걸후드', '월터 릴리스', '톰보이'도 단기간에 모두 국내에서 개봉했다.

 

  영화 '쁘띠 마망'의 주인공 8살 넬리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부모님과 엄마의 고향집에 온다. 집 근처 숲속에서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었던 오두막을 발견한 넬리는 그 앞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친구 마리옹을 만난다. 

 

  마리옹의 집에 놀러간 넬리는 마법 같은 비밀을 발견하고 조용히 놀란다. 그리고 마리옹에게 말한다. "비밀이 있어. 근데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비밀은 넬리와 마리옹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마술적 사실주의 (Magical Realism)

  셀린 시아마 감독은 <쁘띠 마망>이 '마술적 사실주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표현방식을 뜻한다. 특수 장치나 효과 없이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신비로운 환상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셀린 시아마 감독은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마법을 부렸다. '상상력'과 '편집'이다.    

 

  현실과 환상을 섞는 상상력은 마리옹과 넬리의 설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리옹과 넬리를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로 쌍둥이 자매라서 거의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 두 아이가 숲 속에서 만날 때 관객들은 마리옹과 넬리의 똑같은 얼굴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아무도 두 아이가 닮았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눈을 비비며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나만 저 두 아이가 똑같아 보이는 건가? 

 

  센스 있는 편집은 타임머신 없이도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대사를 어디서 끊고 어디로 연결하는지에 따라 오늘과 내일이 현재와 과거가 된다. '쁘띠 마망'의 공간적 배경은 한정적이다. 외할머니 집과 숲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아름답고 센스 있는 장면 전환이 단조로울 수 있는 배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셀린 시아마 감독, 이동진 평론가 GV에서 웃음이 터진 순간

  이동진 평론가의 GV에서 종종 관객, 평론가, 감독 모두가 생각지 못한 웃음이 터지는 때가 있는데, 셀리 시아마 감독과의 GV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랄까.

 

  이동진 평론가는 <쁘띠 마망>에서 넬리가 8살 마리옹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불러주는 장면이 아름다웠다고 이야기하며 첫 번째 노래는 8살 마리옹, 두 번째는 그 자리에는 없지만 생일이 같은 엄마 마리옹에게 불러주는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감독님은 어떤 생각으로 이 장면을 연출하셨는지 물었다. 질문을 들은 셀린 시아마 감독은 본인은 그렇게 멋진 의도를 가지고 찍지 않았는데, 이동진 평론가의 해석이 너무 좋다며 앞으로 이 질문을 받으면 그렇게 답해야겠다고 활짝 웃으며 답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장면 해석을 메모해서 다음 인터뷰에서 멋지게 답해야겠다던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GV도 생각이 났다.  

 

'쁘띠 마망'에서 체험하는 영화의 힘

  셀린 시아마 감독은 영화 '쁘띠 마망'을 보고 관객들이 '이런 게 영화의 힘이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넬리가 숲속 오두막에서 8살 마리옹을 만나고 함께 한 시간들이 꿈인지, 상상인지, 실제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넬리는 마리옹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안에 알 수 없던 불안의 이유와 답을 찾는다. 그리고 외할머니, 엄마를 이해하고 생각과 태도가 달라진다. 진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지만 넬리는 그 경험에 영향을 받고 변화한 것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픽션인 영화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관객은 넬리와 같은 입장이다. 영화는 픽션 즉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경험하고 난 후 관객들은 다른 감정,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영화의 힘이고, 영화가 부리는 아름다운 마법이 아닐까.

 

  • 감독, 각본 : 셀린 시아마
  • 출연 : 조세핀 산스(넬리), 가브리엘 산스(마리옹) 
  • 영화 쁘띠마망 다시보기티빙  /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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