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미드나잇 줄거리 후기 | 흑백영화 속 서울 밤산책

  흑백영화 '아워 미드나잇'은 인생에서 버티는 시간을 보내는 중인 두 청춘의 서울 밤산책을 보여준다. 흑백으로 보는 서울의 밤이 조용히 예쁘다. 깊은 밤이라 사람이 없는 명동거리, 을지로 골목, 종로 서울극장 앞을 맥주 한 캔을 들고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지훈과 은영은 처음 만난 사이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더 솔직해질 때가 있다. 영화 속 두 사람이 그랬다. 친구, 동료에게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삼켰던 마음속 이야기를 툭툭 털어놓는다.

 

"솔직히 사람이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야죠. 
평생 해야 될 일인데, 가슴 뛰는 일 뭐 그런 거"

"꿈이 밥 먹여 주지는 않잖아요. 
진짜 무서운 건 꿈이 없는 거가 아니라 
당장 오늘 쓸 생활비 그런 게 없는 거 아닐까요?"

흑백 미드나잇 산책이 끝나고, 그들은 어떤 색깔의 아침을 맞이하게 될까.     

 

줄거리

  영화 '아워 미드나잇'은 혼자 버티던 외로운 두 청춘이 함께 걸으며 위로하고 서로 기대어가는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디션을 보며 배우를 꿈꾸는 지훈(이승훈)은 선배의 제안으로 '자살방지 순찰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강 다리 위를 순찰하며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늦은 밤 순찰을 돌던 지훈은 다리 위에 멍하니 서있던 은영이 쓰러지는 것을 발견하고 구해준다.   

 

  "괜찮으시면 좀 걸을래요?" 며칠 후 순찰을 돌다 다시 은영을 만난 지훈은 은영에게 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미드나잇 서울 밤 산책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거리와 고요한 시간의 여백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채운다.

 

  지훈은 배우를 꿈꾸지만 꿈이 점점 무거워진다. 같은 꿈을 꾸던 선배와 동기들은 졸업과 함께 다른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한다. 오래사귄 여자 친구는 '어떻게 매번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려 그래? 나 진짜 지긋지긋해'라는 말로 이별을 고했다. 지훈은 꿈을 버티고 있는 자신이 맞는 것인지, 세상을 순진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은영은 사내연애를 하다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이 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리고 회사 사람들의 반응에 두 번 상처를 입는다.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있다. 하지만 말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러다 지훈과 밤 산책을 하며 마음의 무거운 짐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후기

"우리 일에서 필요한 건 명성이나 영광이 아니에요. 버틸 수 있는 인내력이죠.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는 법을 알고 믿을 지어라."

  영화 속에서 지훈이 계속 연습하는 연극 '갈매기'의 대사다. 영화 '아워 미드나잇'은 버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지훈, 은영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회사, 상사, 사회와 주변의 시선이 흔들어도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흔들리고 넘어진다. 하지만 그 모습이 실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름다워 보였다. 화려한 색깔이 없어도 아름답고 멋진 흑백영화처럼 말이다.

 

  영화는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두 번의 마법 같은 경험을 선물한다. 지훈과 은영이 밤 산책을 시작하면서 화면에 'Our Midnight' 자막이 뜨고 첫 번째 마법이 시작된다. 처음 만난 두 남녀가 목적지 없이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영화 '라라 랜드'가 생각났다.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낭만적인 밤 산책에 동행하며 서울 한 복판에서 코끼리도 만나고, 그림자에서 조용한 위로도 받는다.        

 

  두 번째 마법은 엔딩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이 탄 지하철이 한강 다리를 통과하면서 관객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다. 흑백영화 '아워 미드나잇'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매력을 가진 영화다.

 

[아워 미드나잇 정보]

• 감독 : 임정은
• 출연진 : 이승훈(지훈), 박서은(은영), 임영우(영우), 한해인(아름)
• 개봉일 : 2021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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